우울증은 나를 충동적으로 만들었다. 화가 나면 참을 수 없었고 그 화는 고스란히 폭발하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점점 나는 날카롭고 뾰족한 인간 송곳이 되어 갔다. 거울을 보면 우울하거나 화가 나 씩씩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식욕이 없어 체중은 점차 줄어갔고 얼굴뼈 형태가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뼈말라족이 되어갔다. 가끔 그때 사진을 보고 있으면 안쓰러운 생각이 들 정도이다. 우울증 약의 효과는 빨리 나타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4주가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동안 나는 아주 조심스러운 살얼음판을 걷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중요한 것은 이 살얼음판 위에 나 혼자 서 있다는 것이다. 남편은 나의 우울증의 심각성을 전혀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그저 예민한 사람으로 치부해버렸다. 나는 점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