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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앓다 2

웃고 있어도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

우울증은 나를 충동적으로 만들었다. 화가 나면 참을 수 없었고 그 화는 고스란히 폭발하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점점 나는 날카롭고 뾰족한 인간 송곳이 되어 갔다. 거울을 보면 우울하거나 화가 나 씩씩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식욕이 없어 체중은 점차 줄어갔고 얼굴뼈 형태가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뼈말라족이 되어갔다. 가끔 그때 사진을 보고 있으면 안쓰러운 생각이 들 정도이다.  우울증 약의 효과는 빨리 나타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4주가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동안 나는 아주 조심스러운 살얼음판을 걷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중요한 것은 이 살얼음판 위에 나 혼자 서 있다는 것이다. 남편은 나의 우울증의 심각성을 전혀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그저 예민한 사람으로 치부해버렸다. 나는 점점 ..

우울증을 앓다 2024.09.30

우울증 약을 처음 먹게 된 날

나는 베이비부머 시대에 태어나 운 좋게 대학을 나왔고 취업도 쉽게 했다. 시골에서 태어나 가난하게 자랐지만 여자는 직장을 가지고 있어야 당당하게 살 수 있다는 엄마의 신념 덕분에 나는 면허증을 가진 간호사가 되었다. 나의 직장은 도시 변두리에 자리 잡은 정신병원이었다. 내가 정신과를 선택한 것은 알콜중독이었던 아버지와 내가 가진 정신과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결혼은 아버지가 제공해준 끔찍한 지옥 같은 가정환경 덕분에 탈출하는 마음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뒤에 서둘러서 하게 되었다. 나만의 아기자기한 예쁜 가정을 꾸리고 싶은 급한 마음이 작동한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하지 않았다. 가부장적이면서 알코올 문제가 있던 시아버지를 만났기 때문이다. 친정아버지를 피해 결혼이라는 ..

우울증을 앓다 202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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